2011.12.21 태종대->자갈치&국제시장->BIFF광장->남포동->용두산공원
Posted 2012/01/12 00:35더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마저 쓰려 한다.
이 날은 여행의 화룡점정. 가장 일정이 빡빡한 날이었고 그만큼 멀리 움직이는 날이기도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호텔 조식을 먹자던 계획(호텔 조식은 아홉시 반까지다)는 역시 이루어질 수 없는 비원이었다. 일어나니 10시.. 그냥 다 포기하고 털레털레 나와서 밥을 먹자 했는데, 밥을 먹을 마땅한 곳이 없는 사태에 이르렀다. 11시라고 가게들이 문을 아직 안 연거야!! 그래서 헤매던 우리들은.. 근처 버거킹을 발견하고 들어가서 평범하게 햄버거를 우적우적했다. 부산에서 먹은 유일한 패스트푸드였는데, 세상에 이럴수가..버거킹은 유일한 부산 실패 음식이 되었다. 우리는 버거킹에 가면 주문을 조금 복잡하게 하는 편인데, 그도 그럴 것이 둘 다 피클은 안 먹고 나는 토마토를 음식으로 보지 않는다. 마이너스 피클 마이너스 토마토 엑스트라 레터스 하는 식으로 주문하는데, 그 주문이 하나도! 안 먹혀들어갔던 것이다! 버거킹을 내가 왜 가는데?! 분노에 가득찬 나와 애인님은 버거를 잘근잘근 씹으며 진지하게 트레이를 점원에게 들이대어야 하느냐를 토론했었지. 주문서에도 안 찍혀 있는 걸 보면 우리 주문을 살포시 씹어드신 것 같은데.. 알바생들끼리 잡담하며 웃고 떠들 시간은 있어도 유일하게 홀에 있는 손님의 주문을 씹어드실 정도로 정신은 없으시단 말이지. 놀라운 기억력이네.
여튼, 기분나쁘게 밥을 먹고 이동한 곳은 태종대. 이곳으로 가는 여정은 좀 복잡했는데, 일단 남포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한 다음, 역에서부터는 택시로 이동했다. 택시 요금은 8000원 정도 나온 듯. 가까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굽이굽이 많이 들어가더라. 버스를 타면 가장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고 한다.
태종대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다누비 열차. 태종대도 되게 크다. 그거 다 걷기는 힘들고.. 그래서 태종대를 일주하는 열차가 다니는데 그거 이름이 다누비다. 역 중간에 내릴 수도 있고 30분마다 한 번씩 열차가 다녀서 태종대 안에서 움직이기 대단히 편했다. 평일 낮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은 편이었다. 그리고 사람이 가장 많이 내리는 역은 역시나 전망대, 그리고 등대였고, 우리는 등대에 내려서 등대에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수 많은 계단과 만나게 된다.....
[전망대는 바다밖에 안 보여서 무서울 정도였다. 일견의 가치는 충분했다]
먼저 전망대라는 데에 가서 바다를 보면서 와아 바다다!!!!!!!!!!!!⊙▽⊙하고 바다 감상. 전망대는 꽤 높은 곳에 있었는데, 이렇게..시야가 전부 바다!!!여서 뭔가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바다바다바다바다였고 시야가 전푸 푸르딩딩. 완전히 파란 색도 아닌 것이 물결도 있고 해서 이게 정말 바다인가? 싶을 정도로. 저 멀리 가는 커다란 배가 요만하게 보였다. 날씨도 좀 흐린터라 시야가 완전히 뚫리지는 않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받았다. 내 온 시야에 바다밖에 없다니! 이게 무슨 말이오 의사양반!
깨알같이 있는 음식점과 카페테리아를 지나, 저 아래쪽 등대로 내려가보기로 했다. 얼마 안되는 거리 같길래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하 ㅋ 이것이 설마 그렇게 길 줄이야. 정말 장난 아니게 길었다. 내려가고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내려갔다가 잠시 쉬었다 또 내려가고 내려갔다. 그렇게 내려가니 등대가 있었고, 바다가 있었고, 바위가 있었다. 나는 내려가면서 처음엔 즐거워하다가 나중엔 올라올 일을 걱정했고 끝에는 체념하고 정말 저 멀리 끝까지 내려가버렸다.
[등대로 가는 길 계단의 일부. 등대에서도 한참 내려가야 저 아래쪽 바위로 내려갈 수 있다]
[등대..까지 내려가면 되려나 했는데 그것도 끝은 아니었다]
[가장 아래에 있는 바위..뭐라고 불러야 하지..? 여튼 바다가 코앞에 보이는 곳이다]
무도에서 언젠가 본 그곳이더군?.. 저 등대 아래쪽을 보니 몇 개의 음식점(?)이 보였고 거기서 광어라도 한 마리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포기했다. 왜냐? 난 돈이 없었거든. 그리고 난 회도 잘 못 먹고 시로미도 잘 못먹는다..'_` 애인님도 돈 없다'_` 내려가기도 싫어'_` 계단'_`
올라오는 길은............레알 죽을 고생을 했는데.. 자, 출구까지 150m!는 얼어죽을. 수직으로 150m겠지!! 계단을 올라가고 또 올라가고.. 그냥 등산이었다. 결코 내가 체력이 없어서 그런 게 아냐! 레알 계단 많아! 그리고 다 올라왔을 때쯤, 어떤 아주머니가 열심히 '자, 아래에서 유람선을 타시면 이 계단 다시 안 올라오셔도 됩니다!!'를 외치는 걸 들었지...
[이 배가 유람선이라는 건 아니다]
그렇게 꾸역꾸역 올라와서는, 다시 다누비를 타고 출구로. 그 다음엔 택시 타고 구불구불 이동해서 자갈치 시장으로 갔다. 거기로 간 건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는데, 그 전 날의 맹렬한 검색으로 찾아낸 것은 싼 고등어집이었다. 정말.. 쌌다. 4000원에 밥과 고등어가 무한 리필이라니.. 그냥 '여기 밥하고 고기 좀 더 주세요' 하면 더 준다. 이게 무슨 신세계.. 싸고 그런데로 맛난 밥을 와구와구 힘차게 먹고 가까이에 있는 국제 시장으로 설렁설렁 걸어갔다. 여행 내내 다음 지도의 힘을 많이 빌렸지만, 이 날은 특히 많이 썼던 것 같다. 참 좋은 세상이지, 언제 어디에 있어도 길 잃을 걱정이 없다니..
국제 시장은 사실 특별히 보자!! 했던 건 없고 그저 밥도 먹었고 가까우니까 슬슬 걸어가보자!! 했던 것인데, 이 무렵 나의 속이 강렬하게 꼬여서..'_` 사진이 갑자기 비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국제 시장이고 뭐고 보는둥 마는둥 하고선 비척비척 걸어서 그냥 아무데나 보이는 카페로 애인님을 데리고 들어갔다. 난 살아야했어.. 휴식이 필요했다. 어딘지도 모르는 카페에 들어가서 따뜻한 차 한 잔 시켜놓고 헤롱거리며 HP를 채웠다.
[법사님 탐좀.. 물빵 좀 부탁드립니다..]
조금 데굴거리면서 있자니 살만큼은 회복되어서, 용감하게 나서서 BIFF광장을 찾아 걸었다. 거기로 간 건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였다. 바로 씨앗호떡!! 1박 2일에 나왔다든지 하는 소리는 들었는데, 난 그런 거 관심없어!! 그냥 맛있다니까 먹어보고 싶단 말야!! 광장은 생각보다 작았고, 그곳에는 정말 많은 씨앗 호떡집이 있었다. 항상 궁금했는데, 왜 유명한 맛집 근처에는 비슷한 종류의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많이 생기는 걸까? 비교만 당할테고, 어차피 사람들은 그 맛집으로 가려고 온 것일텐데. 맛집이 흘리는 잉여 손님들을 받으려는 전략인가? 전 날 먹었던 국밥집 근처에도 비슷한 가게가 마구 있었다. 하지만 나만해도 맛집을 선택했는걸! 알 수 없는 일이다.. 음.. 결과적으로 많은 씨앗 호떡집에 대한 나의 가설은 이러하다. 1) 그 BIFF 광장에는 원래 많은 씨앗 호떡 집이 있었다. 2) 녹화하다 들린 이x기가 우연히 먹게 된 집이 바로 그 집 3) 그 집은 일약 유명해지고, 원조가 되고, 최고가 되고 나머지 집들은 쩌리 페이크 복제 짜가가 됨. 이게 맞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어쩐지 그 집은 길게 줄을 서서 먹는데 나머지 수많은 씨앗호떡집들은 파리가 날리길래 좀 짠했단 이야기다.
씨앗 호떡은 1박 2일에 나왔다던 그 집에서 결국 먹게됐는데, 만드는 손놀림의 프로페셔널에 놀랐고, 앞에 있던 일본인 관광객이 고지식하게도 동전을 일일히 떨궈가면서(주인과 아이컨택을 하면서 자! 내가 돈을 내고 있죠?! 하는 듯이) 돈통에 넣던 것에 조금 웃었다. 맛은.. 맛있었다. 적당히 달고 많이 느끼하지도 않고, 씨앗이 많이 들어가서 고소하고. 어두운 곳에서 찍어서 노이즈 끼는 게 싫어서 해 지고 난 후 사진기를 거의 꺼내지 않았기 때문에 사진은 없다....
호떡을 먹었으니 이제 완탕면!! 이것도 그 전날 검색에서 발견한 것인데, 나름 부산에서는 유명한 집이라고 했다. 나는 완탕이 뭔지 몰랐고.. 뭔가 물만두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그와는 조금 다른 것도 같고.. 여튼 먹어보자! 배 별로 많이 안부르니까 먹을 수 있어! 가까워! 해서 얍 하고 찾아가서 하나 시켜서 나눠먹었다. 아마 광장에서 대단히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것이 가게 된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아니면 아마 귀찮아서 안 갔을 것 같아..
[피가 괴이이잉장히 얇고 소가 많이 들어가있지 않다. 그게 특징이라는 듯]
후루룩 넘기는 맛이 특징적이었는데, 간식이라면 좋겠지만 식사로 하기엔 많이 부족할 것 같은 포만감이었다. 만두..라 하기엔 뭔가 많이 부족한?? 느낌. 그냥 만두가 아니라 완탕인가보다, 그래서. 보통은 완탕면이나 완탕에 유부초밥이나 김밥 같은 걸 추가해서 같이 먹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린 배 그렇게 안고팠으니까 패스.
들어가기 전에 시간이 있길래,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던 용두산 공원에 가보기로 했다. 용두산 공원까지는 짠 하고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던 것이다! 계단에 치여 지쳐있던 우리에겐 단비와 같은 소식.. 그래! 문명의 이기란 참 좋은 것이지?! 하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지만.. 하필 마지막 에스컬레이터가 공사중이라 우린 결국 또 계단을 걸었다..
부산 야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었는데, 남포가 번화가이다보니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참 예뻤다. 좀만 덜 추웠더라도 더 예뻤을 것 같다. 용두산 공원 저 쪽에.. 사진 찍으라고 만들어 둔 것으로 추정되는 핑크색 하트 모양의 LED 조형물이 있었는데.. 나 같으면 찍으라도 안 찍겠다! 쪽팔려!!
그 다음 날은 아침 일찍 나와서 서울로 가는 비행기를 탔기 때문에 별로 쓸 게 없다. 그저 김해공항까지 가는 무인전철이 되게 귀여웠다는 말 밖엔.. 아담했다. 특히 티켓이 원형이었던 것이 특이했지. 동전모양이었는데, 일회용 카드 같은 느낌으로 대고 들어갔다가 나중에 회수되는 시스템이었다. 싱기..
마지막으로 김해 공항에서 담배 한 대를 태우고, 짠 비행기에 올라타서 서울로 오는 것으로 여행이 끝났다. 부산도 추웠는데 서울은 더 추웠고, 그래도 남쪽이라 거기가 더 따뜻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산은 좋은 곳이었다. 특히 바다가 예뻤고(누가 부산 간다면 태종대는 꼭 권하고 싶다) 먹을 게 맛있고 쌌다. 빵집도 맛있는데가 많다던데, 다음에 부산에 가면 본격 먹부림 여행을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부산여행은 그렇게 끝이 나고, 우리는 그 날밤 유빗 밤샘 대여를 했다....